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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회
작성일 2018-02-01
제목 1/27 "6년간 일한 병원인데 환자 구하려다 못 빠져나와" 간호조무사 남편의 절규
조회수 569
첨부파일
[기사 링크]


http://v.media.daum.net/v/20180127102816518?f=m


[기사 원문]


“아내가 간호조무사 자격증 따자마자 근무한 곳이 세종병원이에요. 누구보다 대피로를 잘 알기 때문에 못 빠져나온 게 아닐 겁니다. 환자들의 탈출을 돕다 유독가스를 마셔 사망했을 겁니다.”

지난 26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로 숨진 김라희(37)씨의 남편 이모(36)씨가 감정을 억누르며 겨우 꺼낸 한마디다. 김씨는 사망한 3명의 병원 의료진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려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화재가 발생한 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침 7시에 출근길에 나선 김씨. 남편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입문 앞에서 뽀뽀하며 아내를 배웅했다. 남편 이씨는 “결혼생활 6년간 매일 출근할 때마다 뽀뽀하며 잘 다녀오라고 인사할 만큼 서로 애틋했다”며 “올해나 내년에 아이를 갖자고 자녀계획을 세웠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출근한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7시 30분. 김씨가 다급하게 전화해 “자기 살려줘”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리고 2분여 뒤 또다시 전화를 걸어 “자기야 살려줘”라고 소리친 뒤 전화가 바로 끊겼다. 놀란 남편은 집에서 500m 떨어진 세종병원을 향해 뛰어갔다. 7시 35분쯤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화염에 휩싸여 병원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남편은 다급하게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김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가 간호조무사 일에 자부심이 상당해서 체력적으로 힘든데도 늘 씩씩하게 출근했다”며 “아마 다른 환자들을 구하다가 유독가스를 마셔 정신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혼자 빠져나오려고 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인천 출신인 김씨는 2010년 서울에서 우연히 지금의 남편을 만나 몇 마디 주고받은 게 인연이 돼 연인으로 발전했고 1년간 연애를 했다. 이어 2011년 결혼하자마자 남편을 따라 밀양으로 내려와 세종병원에 실습을 나갔고 곧바로 취업했다. 중간에 1년간 어린이병원에 전근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6년 내내 세종병원에서 근무했다.


남편은 “아내뿐 아니라 불의의 사고로 황망하게 사망한 유가족들이 많다”며 “정부가 이런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게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중앙일보 이은지 기자 / 2018.01.27